[리폿@이슈] '불륜? 사랑?'…홍상수·김민희가 던지는 질문

기사입력 2017-03-20 14: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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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지현 기자] 동서고금 인류는 금기된 사랑을 추구해왔다. 사랑이 달콤한 건 그 안에 금기가 있기 때문이다. 금지된 것은 얼마나 유혹적인가. 우리는 그 금기를 갈구하다 죽음에 이른 베르테르와 개츠비의 이야기에 열광한다. 독자들은 두 청년의 부르는 구구절절한 세레나데에 도취돼 함께 열병을 앓았다.



홍상수 감독은 실제로 사랑에 빠진 여배우 김민희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밤의 해변에서 홀로’에서 안톤 체홉의 소설 ‘사랑에 관하여’ 속 구절을 들려준다.



“헤어질 때가 온 것입니다. 그 객실 안에서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을 때 우리 둘 다 자제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나는 그녀를 끌어안았고, 그녀는 내 가슴에 몸을 맡겼습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내렸습니다”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의 실제 모습을 떠오르지 않기는 힘들다. 이토록 떠들썩한 배경 탓에 이 영화는 홍 감독의 기존 작품들과 달리 해석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둘 중 하나로 양분화 돼 있다. “그들만의 세계에 빠져 만든 자전적 이야기” 혹은 “보편적인 사랑의 본질에 대해 묻는 영화”다. 둘 다 맞다고 본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투영된 이 영화를 통해 '대체 사랑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과거의 사랑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 살아가는 영희(김민희 역)에게 유부남 감독 상원(문성근)은 참된 자신을 찾아가도록 돕는 성찰의 도구, 안내서 같은 존재다. 동시에 이들은 서로에게 무화과, 선악과 같은 존재다. 금지된 것임에도 영희는 상원을 통해 성장하고, 기존의 세계는 거짓으로 점철된 것이라 여긴다.



영희는 성장했지만 세상은 그녀를 반대로 바라본다. 댓가는 비난과 고통. 사람들에게 상원과의 관계는 불륜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영희는 발버둥치지만 벗어날 수 없어 결국 받아들이기로 한다. 영희는 다리를 건너기 전 절을 하며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다짐하고 싶었어. 내가 원하는 건 나답게 사는 거야. 흔들리지 않고 나답게 사는 거야”라고 말한다. 기존의 세계와 작별을 하겠다는 것. 영희는 상원과의 사랑으로 발견하게 된 새로운 자신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 장면은 김민희가 왜 유부남 감독과의 스캔들을 사실로 인정하는 용기를 냈는지를 잘 보여준다. 누군가에게 그녀는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로 보이지만 김민희는 스스로 홍 감독을 통해 참된 자신을 발견했다고 여기는 듯 하다. 





두 사람은 분명 불륜이다. 동시에 사랑이기도 하다. 이들은 베르테르와 개츠비의 이야기에 열광하면서 자신들의 관계에는 손가락질을 하는 대중의 이중성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다. 불편하겠지만 두 사람을 설득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에 빠진 이들에게 도덕적, 도의적 책임을 묻는 일은 소 귀에 경 읽기와 마찬가지다. 간통죄는 폐지됐고, 홍 감독은 아내와의 이혼 소송 중 김민희와의 관계를 공식 인정했다. 법적인 불리함도 모두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참된 사랑'이라고 믿는 두 사람을 누가, 무슨 수로 말릴 것인가.



연예계 역사에 전무후무한 일인 이 사건은 ‘희대의 스캔들’이라는 타이틀에 묻혀 정작 고민해야 할 질문이 가려지고 있다. 두 사람이 지닌 감독과 배우로서의 가치까지 폄하되어야 하냐는 문제다. 사생활과 일은 어떤 방식으로 구분되야 하고, 받아들여져야 할 것인가.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만의 뮤즈’로 살아야 하는가.



이미 대중에게 김민희는 캐스팅 하지 말아야 할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김민희가 다른 영화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이 없음에도 많은 이들이 그녀가 홍 감독의 작품에만 출연할 것이라고 여긴다. 여기에는 '앞으로 김민희는 나올 수 없다'는 편견이 깔려 있다. 이제 고민해야 하는 건, 우리의 암묵적인 이 합의가 합당한 것인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느냐다. 두 사람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과 '받아들여야 하는 것'에 대한 도덕적 기준과 타당성이 무엇인지 묻는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홍상수, 김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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